공공성 획득을 위한 쉼 없는 노력

2015.05.21

공공성 획득을 위한 쉼 없는 노력
[동향] 해외 공공 무용단의 운영사례


오래전에 EBS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 <리듬이즈잇(Rhythm is it)>이 방영된 적이 있다. 2003년 1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던 사이먼 래틀(Simon Rattle)과 안무가 로이스톤 맬둠(Royston Maldoom)이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3개월 동안의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담은 것이었다. 내용은 8세에서 20세까지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계층에 속한, 클래식과 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250명의 학생에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배경으로 춤을 추도록 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 예술단체에 의한 공공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안무가의 대사 절반이 ‘조용히 해!’일 정도로 통제도 쉽지 않은 상황. 처음 학생들은 방황하고, 당황하고, 반항하다 안무가의 지도에 따라 음악과 리듬에 눈을 뜨게 된다. 걱정이 앞서지만 서로 화내고 싸우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극복하면서 자기 자신과 무용, 그리고 베를린 필과의 합동 공연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외국의 공공 예술단체 운영은 이렇듯 공공성을 획득하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과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할인제도를 제공해 자주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요 사안 결정

외국의 공공 무용단 운영은 국내 공공 무용단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운영의 주체도 그렇고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 무용단 내의 노동조합이나 수장(首長)인 단장이나 예술감독을 선임하는 방식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행정가들이 무용단의 단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 공공 무용단의 재정과 운영 전반(재원확보 및 예술감독의 선임 등)에 대한 중요한 사안은 대부분 단체의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2013년 1월 파리오페라발레단(Paris L’Opéra Ballet) 니콜라 조엘 이사장은 2015년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새 예술감독을 발표했다. 발레단 이사회는 새 감독 후보들을 찾은 끝에 비엔나오페라발레(Wiener Staatsballett) 예술감독인 마뉴엘 레그리(Manuel Legris) 등 9명의 쟁쟁한 무용가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렀고, 최종 선택 권한을 지닌 니콜라 조엘(Nicolas Joel) 이사장은 벵자멩 밀피예(Benjamin Millepied)를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단법인 체제로 운영되는 공공 예술단체에는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고, 이사회에서 의결을 거치게 되어 있으나,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부 산하 공공 무용단의 경우 예술감독 역시 이사회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무 기관인 문화관광부의 장관이 선임하게 되어 있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 ⓒJoerg_Wiesner

프랑스국립현대무용단 ⓒFrancois_Stemmer

노르웨이국립발레단 ⓒJoerg_Wiesner 프랑스국립현대무용단 ⓒFrancois_Stemmer

해외 공공 무용단 운영 체제

해외 무용단의 일과와 공연수당, 노조활동 등은 거의 유사한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하다. 모든 단체가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오디션을 치러 재계약을 하고 있으며, 일정 기간 이상 오디션을 통과할 경우 종신 단원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여럿 있다. 대부분의 단체가 무용수들의 은퇴 시기를 정해 놓지 않았으나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경우 모든 무용수는 매년 오디션을 통과하더라도 43세가 되면 단원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연 수당의 경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공연이 있는 경우 차등해서 적용하는 단체가 있는 반면에 아예 공연 수당이 없는 곳도 있다.

■ 일과
스페인국립발레단(Ballet Nacional de España, BNE)의 경우 오전 10시 15분에 클래스가 시작해 1시간 30분 또는 1시간 45분 동안 계속되며 두 개의 클래스로 나눠 진행된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대신 오후 4시 15분에 연습이 끝난다.


미국보스턴발레단(Boston Ballet)의 경우 오전 9시 45분에 시작, 1시간 30분 동안 클래스를 가진다. 리허설 시작은 11시 35분부터 55분씩, 5분씩 쉬는 시간을 갖고 오후 2시 30분까지 이어진다. 점심시간은 1시간. 이어 작품 리허설은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55분 간격으로 5분씩 쉬며 계속 된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Het nationale ballet)의 경우는 공연이 없을 시 10시에 시작, 1시간 15분 동안의 클래스 이후 15분 휴식. 11시 30분부터 리허설 시작, 저녁 6시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45분 동안 주어진다. 공연이 있을 시에는 11시에 클래스 시작, 12시 30분부터 리허설 시작, 오후 4시 15분까지 계속된다. 4시간 휴식 후 오후 8시 15분부터 공연이 시작된다.


독일함부르크발레단(Hamburg Ballet)은 보통 10시부터 11시 15분까지 클래스. 11시 30분부터 13시 30분까지 오전 리허설 후 1시간의 점심시간.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리허설을 하고 중간에 15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만약에 저녁에 공연이 있으면 오후 1시 30분까지만 리허설이 진행된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Norwegian National Ballet)은 오전 9시 30분에 클래스를 시작해 1시간 15분 정도 진행된다. 5분 휴식 후 10시 50분부터 리허설을 시작하고 점심시간은 40분이 주어진다. 이후 오후 5시까지 오후 리허설을 진행한다. 전날 공연이 있어도 이 같은 스케줄은 변함없이 운영된다.

■ 공연 수당
스페인국립발레단의 경우 별도의 출연 수당을 받고, 배역에 따라 주역(Principal)이나 솔리스트(Soloist)를 하게 될 때에는 추가 급여를 받는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공연하게 되면 공연 다음날을 휴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고, 추가 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다.


미국보스턴발레단은 급여 외에 공연 수당은 따로 없다. 대신 공연 때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6시간으로 정해져 있어 하루 두 번 공연이거나 그 시간을 초과하였을 경우에는 오버타임 급여를 받는다. 주로 토요일은 두 번 공연인데 이 두 번 공연에 모두 출연할 경우 오버타임 급여를 받는다. 반면에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경우는 별도의 공연 수당이 없다.


독일함부르크발레단은 더블 공연이나 주역 혹은 솔리스트를 하게 되면 그에 따른 공연 수당을 플러스 알파로 받으며, 공연 수당은 역할에 따라 3등급으로 나뉘어 받는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은 A, B, C, D 등급으로 나누어 공연 수당을 별도로 지급한다. A부터 주역, B와 C는 솔리스트, 그리고 D는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로 나뉘어져 있다. D는 하루 공연 당 1만원 정도 받게 되고 B나 C는 3만원과 5만원 사이. A, 주역은 하루 공연당 1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공연 수당은 어떠한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평일과 일요일은 같고 토요일은 근무하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오버타임을 적용, 또 다른 급여를 받는다.

■ 노동조합 활동
스페인국립발레단의 경우 노조가 구성되어 있으며 필요한 경우 리허설 사이나 클래스 후에 시간을 잡아 단원 모두가 참석해 회의를 갖는다. 바디 트레이닝, 스테이지 플로어 등의 문제에 대해 협의한다.


미국보스턴발레단에는 AGMA로 불리는 노조와 같은 기능의 조직체가 있으며 연습시간, 주급, 계약조건 등을 협의한다. 모든 단원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어 있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도 역시 노조가 구성되어 있으며 발레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편 사항 즉, 발레단 식당의 메뉴부터 공연 스케줄, 무용수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것을 발레단과 의논한다. 원하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으며 많은 무용수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반면에 독일 함부르크발레단의 경우는 노조가 없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의 경우 발레단에 2년 근무를 한 후 3년째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을 받게 되면 노조의 보호를 받게 된다.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은 종신 계약 (life contract)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면 발레단에서 무용수를 해고할 수 없게 된다.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을 받은 무용수들은 평생 단원이기 때문에 발레단을 몇 년 동안 휴직해도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 또한, 발레단의 허락을 받고 1~2년 정도 다른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 오디션 및 단원 계약 기간
스페인국립발레단의 경우 매년 여름 5~7월 사이에 오디션이 치러진다. 1차 발레 클래스, 2차 작품 따라하기(모던, 클래식 등등), 3차는 즉흥. 단원들은 1년 단위로 계약한다.


미국보스턴발레단의 경우 오디션은 새로 들어올 단원들을 뽑기 위해 매년 있지만, 현재 단원들을 1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매년 해고하거나 승급시키기도 한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경우 메인 컴퍼니 오디션은 다 개인 오디션으로 바뀌었고 그 대신 매년 주니어 컴퍼니 오디션이 공개적으로 있다. 오디션은 기본 발레 클래스로 본다. 계약은 1년 단위로 하고 4년 뒤부터는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을 받을 수 있다.


독일함부르크발레단의 경우 오디션은 매년 다르게 진행된다. 항상 공개 오디션이 열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프라이빗 오디션을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은 1년 단위로 진행되며 15년 후에는 종신 계약 (life contract)으로 전환된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의 경우 매년 오디션이 있다. 1월에 3번 정도, 2월에 2번 정도 단체 오디션이 개최된다. 개인 오디션도 가능하지만, 극 소수만이 가능하다. 오디션 진행 방식은 기본적인 발레 클래스에 이어 2차로 번호가 불린 몇 명의 무용수들만 남아 파 드 되(Pas de Deux) 클래스를 하게 된다. 그리고 단장이 마음에 드는 번호를 호명해 개인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발레단 계약은 1년 단위로 한다. 특별한 경우 2~3달이나 6개월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작품에 따라 남, 녀가 부족할 시 무용수를 보충하기 위한 계약이다. 모던 작품 공연을 할 때 모던을 특출나게 잘하는 무용수를 잠시 불러서 한 프로그램만 출연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무용단은 프랑스의 CCN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립안무센터’로 직역되는 CCN(Centre Chorégraphique National)은 실제 프랑스의 국립무용단으로 불리며 프랑스 전역에 걸쳐 모두 19개가 운영되고 있다. 대다수 CCN에서 단원들의 하루는 10시~11시 30분 클래스, 11시 30분~14시 30분 작품연습, 14시 30분~15시 30분 점심, 15시 30분~17시 45분 작품연습, 18시 퇴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달 급여는 2,000유로이며 공연할 때마다 20유로~40유로가 공연 수당으로 지급된다. 주중이나 주말에 따른 공연 수당은 차이가 없으나 주역과 군무 무용수에 따라서 차등을 둔다. 무용단 내에 노조가 결성되어있으며, 무용단과 무용수 사이에 부당한 일이나 급여문제, 안무가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을 조율한다. 무용수들은 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필요는 없으나 부당한 일이 있거나 개선할 일이 있으면 이를 노조에 알린다.

■ 예술감독의 재임 기간
2014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현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자신의 예술감독 선임 최종 통보를 2013년 12월 초순에 받았다. 임기 개시를 불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임기 개시 불과 몇 달 전에 공공단체의 새로운 수장을 선임하는 우리나라의 이 같은 행정 관행은 국립발레단뿐만 아니라 국립무용단이나 국립현대무용단 등 거의 모든 공공 무용단에 해당한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Stuttgart Ballet)의 현 예술감독인 레드 엔더슨(Read Anderson)은 1996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발탁 당시 1년 전에 선임을 통보 받았다. 그는 곧바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기존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해 재계약 여부에 대한 확실한 의사표시를 했고, 자신의 임기 첫해에 무려 21명의 젊은 무용수들을 새로 영입해 발레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한 단원들은 여타 컴퍼니의 오디션을 보면서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레드 앤더슨과 보낸 첫 시즌에 발레단은 평론가와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첫 5년의 임기 동안 발레단은 14차례의 초연과 9차례의 발레단 초연을 가져 레퍼토리의 폭을 크게 확대했으며, 객원 안무가들에 의한 캐스팅 오디션은 단원들에게 매력적인 도전의 기회가 되었다.

외국의 공공 무용단 예술감독은 대부분 임기 5년을 보장받고 시작하며 이후 연임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늦어도 취임 1년 전 새 감독의 선임을 발표한다. 1년 전부터 업무를 익히고, 새로운 무용수를 영입할 시간을 주고, 임기 시작과 함께 자신이 구상한 공연 레퍼토리와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8월 임기를 마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전임 단장인 브리짓 르페브르(Brigitte Lefevre)는 10년 동안 예술감독으로 재임했으며,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레드 엔더슨 예술감독은 19년째 재임하고 있다. 미국보스턴발레단의 예술감독은 1993년부터 22년째 재임하고 있으며,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은 2002년부터 재임(13년), 스페인 국립발레단은 5년째 재임하고 있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 잉그리드 로렌젠(Ingrid Lorentzen)은 2012년부터 재임(3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독일함부르크발레단의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는 1973년부터 재임해 무려 42년 동안 예술감독 직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성 획득을 위한 해외 공공 무용단의 새로운 행보

최근 외국의 공공 무용단들은 경제불황으로 인한 재정 문제로 새 작품의 제작보다는 기존 레퍼토리 재공연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이미 제작된 외부 안무가들의 우수 작품을 레퍼토리로 확보하거나 제작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품 위주의 작품을 공연하는 경향을 보인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공공 무용단의 경우에는 단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공연 횟수를 대폭 줄이고, 해외 투어를 늘리고 있다.

반면에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나 핀란드 국립발레단(Finnish National Ballet, FNB), 노르웨이국립발레단 등 재정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무용단의 경우는 새 작품의 제작과 비싼 안무료를 받는 일급 안무가들 영입을 통한 신작 공연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경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발레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여전히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승급을 위한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들을 등용하고, 직급에 따른 차등 지원으로 무용수들끼리의 경쟁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운영 방식을 보인다. 대표적인 고전 발레작품을 망라하고 있으면서도, 벵자멩 밀피예 신임 예술감독 선임과 함께 현대무용 안무가들을 초빙하여 솔로 작품에서부터 소품, 중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템포러리 발레작품을 새롭게 제작할 예정이다.

뉴욕시티발레단(New York City Ballet, NYCB)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의 작품을 유지하고 공연하면서도 꾸준히 피터 마틴스(Peter Martins)나 크리스토퍼 휠든(Christopher Wheeldon) 등의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조지 발란신의 작품을 공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몇 년 전부터는 뮤지컬 안무가에게 새 작품을 의뢰, 대중적 성향의 레퍼토리 확충을 통해 관객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ABT)는 러시아 클래식 발레뿐 아니라, 낭만주의 발레, 20세기 초 발레 뤼스(Ballet Russe)의 작품 외에도 창의력을 갖춘 안무가들의 새로운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간판 스타급 무용수들과 반년 계약을 추진했으며,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 등 현대무용 안무가들을 초청, 재즈 음악을 이용한 대중적 성향의 현대발레 작업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서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재정난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발레단의 간판 스타에 해당하는 일부 주역 무용수의 경우 여타의 발레단과도 계약하도록 하고, 1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급여만을 지급하기도 했다.

마린스키발레단(The Kirov-Mariinsky Ballet)은 프티파(Marius Petipa)와 이바노프(Lev Ivanav)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고전 발레의 전통을 여전히 계승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현대무용 안무가들을 초빙,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작품들을 레퍼토리에 편입시키고 있으며 해외 투어의 횟수를 더욱 늘려가고 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경우 존 크랑코(John Cranko)의 안무 작품들을 다수 보유, 드라마틱 발레 작품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의 발레단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 존 크랑코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공연할 수 있는 권한은 발레단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여기에 유럽의 무용계를 이끄는 뛰어난 안무가들의 산실이란 점에서도 여전히 그 존재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에드워드 III세> 등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 등 무용수들의 에너지를 시험하는 파격적인 작품의 제작과 함께 객원 안무가들의 초빙을 확대하고, 신예 안무가들에게도 안무 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을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확충해 가고 있다.

영국로열발레단(The Royal Ballet)은 고전 발레뿐만 아니라 애쉬튼(Frederick Ashton), 맥밀란(Kenneth MacMillan) 등을 통해 꾸준히 로열 발레단만의 작품을 만들어 왔다. 작품은 고전 발레 형식을 따르면서도 발레단 특유의 서정성과 화려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대중적인 레퍼토리들을 확충하고 있다.

중국국립발레단(中央芭蕾舞团)은 1959년 설립 이래 꾸준히 중국 발레를 세계 유수 극장들에 선보이고 있다. 이 발레단의 특징은 서양의 고전적 요소와 중국적 소재의 결합이다. 이 같은 이유로 발레단의 레퍼토리에는 중국과 서양의 퓨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서 가진 순회공연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등 중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이지면서, 발레단은 해외 공연을 통해 중국의 문화 이미지를 높이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张艺谋)의 영화를 각색한 <홍등>을 제작,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 옵션을 통해 고가의 공연 마케팅도 시도하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Paris Opera Ballet

슈투트가르트발레단 ⓒ Stuttgart Ballet

파리오페라발레단 ⓒParis Opera Ballet 슈투트가르트발레단 ⓒ Stuttgart Ballet

2014년 <공연예술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문예회관의 공연 프로그램 가동율은 41.2%에 머물고 (서울의 경우 64.9%) 있다. 전국 1,227개 공연장의 장르별 공연 실적에서도 무용은 공연 건수에서 2.0%(2,475건), 공연 횟수에서 4.3%(5,226회)로 연극 양악 복합장르 국악 등에 이어 공연예술 장르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 25개나 흩어져 있는 공공 무용단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전국에 산재한 3백여 개에 이르는 문예회관, 곧 공공 공연장의 가동율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단장이나 예술감독 혼자서 안무와 지도를 도맡아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객원 안무가들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 공연과 소재한 지역의 주민들과 관객들을 위한 질 높은 예술교육 프로그램 확충, 그리고 공연된 작품의 유통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년에 한번씩 정례적으로 반드시 단원들의 오디션을 실시하고 정해진 기간 연속으로 이를 통과할 경우 종신단원으로 선임하는 등 프로 무용수로서의 철저한 직업의식을 강조하는 단체운영 방식 또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정년이나 공연 수당 등 지나치게 단원 개개인의 이익과 연관된 것에 편중해 있는 우리나라 예술단체의 노조와 달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몸만들기와 식당 메뉴, 기량 증진을 위한 연습 스케줄 등의 문제를 이슈화 하는 해외 무용단 노조의 활동도 참고해 볼만하다.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공공 예술단체 수장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운영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체제 역시 이사회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운영하는 외국의 단체 운영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나 시민들의 공적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무용단은 그것이 공연이 되었든 교육이 되었든 다른 무엇보다 공공성을 획득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Jang_Kwangryul



기고자 프로필

장광열_한국춤정책 연구소장
장광열_한국춤정책 연구소장
장광열은 공연예술전문지 월간 <객석>의 편집장, 외교통상부 공연예술자문위원, 문화관광부 정책평가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로 무용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의 예술감독,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국립발레단의 운영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춤비평가로 현장 비평활동과 함께 한국춤정책연구소장으로 현장중심의 문화정책을 연구,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