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섬’, 마법과 같은 8월의 음악축제 헝가리 시게트 페스티벌

2016.01.11

도심 속의 ‘섬’, 마법과 같은 8월의 음악축제 헝가리 시게트 페스티벌
[집중조명] [축제/마켓] 헝가리 시게트 페스티벌(Sziget Festival)


시게트(Sziget)는 헝거리어로 ‘섬’을 의미한다. 재즈 축제로 유명한 ‘자라섬’이나 2010년 춘천마임축제 도깨비난장의 중심지였던 ‘고슴도치섬’을 떠올려보면, 섬은 축제의 비일상적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내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시게트 페스티벌(Sziget Festival)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매년 8월마다 일주일간 열리는 음악축제로, 헝가리 3대 축제이다. 2011년에는 유럽 최고의 페스티벌로 선정되었으며, 2015년 유료 관객 4만4천 명의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시게트 페스티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1) 다비드 라더이(Dávid Ráday)를 만나, 페스티벌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성공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축제의 프로그램팀 소속이 아닌, 축제의 비주얼커뮤니케이션과 홍보 마케팅, 축제 공간디자인 분야 등을 담당하는 디렉터라고 볼 수 있다. 글쓴이 주. 



Q(최석규). 만나서 반갑다. 먼저 어떻게 축제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축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듣고 싶다.

A(다비드 라더이, 이하 ‘다비드’) : 나는 원래 광고 홍보학을 전공하고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헝가리에서는 웹사이트 및 인터넷 디자인이 굉장히 유행하였다. 어릴 때부터 음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셨고 예술 쪽으로 공부하는 데 전혀 지원해주시지 않아 그래픽디자인을 선택했다. 그렇게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취미 생활로 지속하고 있었다. 사실, 헝가리 예술씬의 많은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나의 경우도 웹디자인뿐 아니라 텔레비전 홍보, 포스터 디자인 등의 일을 하다가 축제의 비주얼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3년부터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축제의 비주얼 콘셉트를 잡고, 전체적인 홍보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며, 일부 공간 디자인이나 아트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공연예술보다는 공간 설치미술, 공간디자인 등 시각예술에 좀 더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국제 설치미술 시상 프로젝트(Art of Freedom) 등을 운영하면서 축제 공간 디자인에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무엇이 혁신적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축제 공간 구성 디자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Q. 축제 프로그램과 공간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다비드 : 시게트 페스티벌은 1993년에 음악축제로 시작했다. 현재는 크게 음악 부분과 비음악 부분으로 나뉘는데, 음악 부분에서는 클래식, 재즈, 월드 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비음악 부분은 크게 공연예술과 시각예술로 나뉘며, 서커스, 무용, 시각예술 프로젝트, 설치미술 등 새로운 경험을 주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다양한 관객참여를 이끌고 있다. 시게트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공간은 ‘섬’이다.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 아니라, 시내 중심에서 택시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도심에 있지만, 도심과 분리된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섬을 어떻게 축제공간으로 변화시키느냐는 축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매년 축제 프로그램 방향에 따라 음악공연을 포함한 일련의 공연을 하는 시설물과 메인 스테이지, 시각/설치미술, 관객 참여 공간, 길, 심지어 화장실 등을 새로 만든다. 

페스티벌 아이덴티티, 페스티벌 맵, 시게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오부다(Óbuda) 섬 전경 ©Sziget Festival

페스티벌 아이덴티티, 페스티벌 맵, 시게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오부다(Óbuda) 섬 전경 ©Sziget Festival

페스티벌 아이덴티티, 페스티벌 맵, 시게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오부다(Óbuda) 섬 전경 ©Sziget Festival

Q. 한국 축제의 대부분은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시게트 페스티벌은 민간독립회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비드 : 시게트 페스티벌은 독립적인 민간법인체(Sziget Cultural Management Ltd.)로 본 페스티벌 외에도 몇 개의 다른 음악축제, 음식축제, 어린이축제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국가의 지원을 받았으나, 지금은 좀 더 독립적이다. 부다페스트시와는 협력적인 관계이다. 축제에 오는 사람들은 축제와 함께 부다페스트라는 도시를 보러 오는 것이기에 마케팅 측면에서 할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시티패스(City Pass) 구매 시 축제공연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 박물관, 교통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시게트 페스티벌에는 50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디렉터들은 각 축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조직은 크게 축제 프로그램팀과 축제 홍보마케팅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램팀은 다시 음악과 비음악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Q. 올해로 23년이 되었다. 그간 축제는 많은 변화를 해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축제의 변화과정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가?

 다비드 : 나는 축제 초기부터 함께한 사람이 아니기에 무엇이라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초기 시게트 페스티벌은 두 개의 무대밖에 없는 헝가리의 작은 국내축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헝가리뿐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축제로 성장했다.

Q. 그렇다면 무엇이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축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축제 전략이 있다면 설명 바란다.

다비드 : 우리 축제의 중요한 전략은 음악축제이면서도 음악에만 모든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엔 음악가에 집중하였지만, 지금은 음악뿐 아니라 공연예술, 시각/설치미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마술적 공간(Magical Space)을 만들어 줄지, 즉 일주일 동안 섬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게 해줄 것인지가 최근 3년간 축제의 중요한 전략이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러 온 관객이 여러 다른 장르의 음악을 우연히 접하도록 하거나, 섬을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다양한 설치미술 세계에 빠지도록 하는 식이다. 즉 관객들이 자신이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예술세계를 경험하게 만들어 매력을 느끼게 하고, 어떤 느낌(Feeling)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섬이라는 공간에서 축제를 즐기는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시게트 페스티벌 2015 ©Sziget Festival

시게트 페스티벌 2015 ©Sziget Festival

시게트 페스티벌 2015 ©Sziget Festival

Q. 축제 웹사이트의 비디오 클립을 보니 축제의 주요 관객층이 굉장히 젊다. 관객 개발은 어떻게 하는가?

 다비드 : 대학생이 주요 관객층이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기가 여름이기에 대학생들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젊은 축제로 만들고자 한다. 헝가리 관객보다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 다른 유럽의 대학생들이 여름방학 중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축제를 찾고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 가족 관객을 위해 패밀리 캠핑을 마련하고 있으며, 연세가 있는 관객들을 타겟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주로 낮 시간대에 진행된다. 또한, 관객 개발을 위해 티켓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일일 패스 티켓, 일주일 티켓, 캠핑 티켓 등을 만들어서 일주일 내내 섬에서 캠핑을 하면서 축제를 즐길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자유의 섬’ 콘셉트로 시게트를 들어오는 입구에 이민국을 설치하고 여권도 만들어 주는데, 이는 관객들이 일주일 동안 새로운 공간에서 살게 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나무로 만든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샤워시설 등의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VIP 캠핑도 마련하고 있다.

가족 단위의 페스티벌 방문객 ©Sziget Festival

‘자유의 섬’ 시게트 입국을 위한 여권 발급 이벤트 프로그램 ©Sziget Festival

가족 단위의 페스티벌 방문객
©Sziget Festival
‘자유의 섬’ 시게트 입국을 위한 여권 발급 이벤트 프로그램
©Sziget Festival

Q. 유럽 지역의 관객을 타켓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비드 : 우리는 해외 티켓 프로모터들과 협력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가장 성공적인 곳은 프랑스와 네덜란드이다. 축제 관객의 70%가 해외관객이고 30%가 국내 관객이다. 최근 음악 밴드들의 공연료가 높아짐에 따라 축제 티켓 가격이 인상되었는데, 헝가리의 젊은 관객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되었다. 따라서 헝가리 국내 학생에게는 할인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헝가리 관객을 잃지 않기 위해 일종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페스티벌이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어 유럽의 해외 관객들이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사람들에게 축제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2년의 통계에서 국내 관객이 조금씩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지역 관객 개발에 집중한 결과이다.

Q. 축제의 홍보 마케팅 관점에서 제일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비드 : 우리는 음악 공연 아티스트 라인업 발표로 티켓을 파는 축제보다는 축제 자체가 하나의 전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홍보 전략은 ‘평생 한 번은 와 봐야 할 축제’로 만드는 것이었다. 미국 버닝맨 축제(Burning Man Festival)나 영국 글라스톤베리(Glastonbury Festival of Contemporary Performing Arts)처럼 티켓 오픈 후 12시간 안에 매진되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시게트 페스티벌을 단순히 음악 공연 관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다양한 예술세계를 맛볼 수 있는 마술 같은 섬으로 초대하는 축제로 만들고자 한다. 우리의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은 실제로 축제에 와서 참여하는 경험을 파는 전략이다. 사진이나 비디오를 축제 웹사이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림으로써 관객들이 직접 와서 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툴이다. 요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시대의 관객들은 축제에 와서 “내가 실제로 어떻게 느낀다” 보다는,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친구와 가족,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나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는 아티스트가 관객의 사진, 비디오 촬영에 협조하게 하고, 관객이 사진, 영상작업을 온라인상에 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 올린 이미지(#sziget2015)는 그것을 보는 관객들의 친구, 가족들에게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순간적 충동(?)을 만들어 줄 것이다. 

시게트 페스티벌2015 인스타그램과 페스티벌 관객들 ©Sziget Festival

시게트 페스티벌2015 인스타그램과 페스티벌 관객들 ©Sziget Festival

시게트 페스티벌2015 인스타그램과 페스티벌 관객들 ©Sziget Festival

Q. 마지막으로 축제의 도전과제나 극복할 대상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비드 : 공연팀들의 공연료 상승으로 전반적인 축제 제작비가 올라가게 되었고, 더불어 공연 티켓료도 올라가게 되었다. 그로 인해 관객들에게 티켓료가 부담이 되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축제 장소가 공공공간이다 보니 섬 주변 주택지의 주민들과 소음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형 스피커의 방향을 주택지 쪽으로 하지 않는 방법과 그라피티 아티스트들과 지역 환경에 맞는 작업을 진행하여 지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아무래도 큰 음악 소리가 여전히 제일 문제가 된다. 그래서 메인 무대 공연을 11시에 마치게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축제가 도시에 경제적, 문화적 효과가 있을 것임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AMS



기고자 프로필

최석규_영국문화원 UK-Korea Season 2017-18 예술감독
최석규_영국문화원 UK-Korea Season 2017-18 예술감독
영국문화원 UK-Korea Season 2017-18 예술감독.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춘천마임축제 부예술감독, 축제감독으로 지난 15년간 공연예술축제의 현장에서 일했다. 2005년 아시아 동시대 연극, 무용, 그리고 다원예술 작품 개발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아시아나우(AsiaNow)를 설립하여 한국 현대연극 국제교류, 국제 공동제작 그리고 다원예술의 국제 창작 레지던시 등을 운영하였다. 또한, 아시아 프로듀서 네트워크인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캠프(Asian Producers’ Platform Camp)의 한국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