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2013.01.30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동향]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송라인즈 2012.9.12 기사)


K-팝인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은 아마도 노래 자체보다 더 큰 이슈가 된 것 같다. 나는 버스와 택시에서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손목을 앞에다 가로지르고 웃기는 걸음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과 미국 투어중인 가수 싸이의 뉴스를 봤다. 세계가 한국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전혀 한국답지 않는 노래라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나는 가장 한국적인 음악을 찾기 위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갔었다. 전주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 비유할 수 있는 한국의 서남쪽 전라도에 위치한 도시이다. 전주는 음식과 더불어 전통음악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그 전통음악은 ‘판소리’로 흔히 민속 오페라로 비유되지만 플라멩코에 더욱 가까운 형식을 가지고 있다. 축제에서조차도 ‘세계음악’ 소리 프론티어 경쟁 부문에 참가한 밴드 하나가 그들의 공연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싸이를 흉내 내는 춤을 추는 리드싱어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수상하지 못했다.

 

안숙선,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축제의 오프닝 무대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판소리 창자 안숙선이 노래하고 백 여 명의 제자들이 가야금 연주를 동시에 펼치는 무대였다. 그것은 놀라운 공연이었다. 그들은 모두 화려한 치마를 입고, 연주에 따라 그들의 팔을 다 같이 들어올리기도 하면서 하나가 되어 연주를 했다. 안숙선과 마지막 12명의 가야금 연주자들은 눈이 볼 수 있는 최대한 멀리까지 돌아보며 연주자들과 합류하기 위해 무대단상에 올랐다. 그것은 한국이 헐리우드와 만나는 순간 인듯 초현실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또 한편 이상하게도 북한의 평양에서 열리는 놀라운 매스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파두 가수 클라우디아 오로라(claudia aurora) 공연 모습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이제 50살이 된 살사 밴드 엘 그랜 콤보(El Gran Combo)와 이제는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포르투갈 파두(fado) 가수 클라우디아 오로라(Claude Aurora)와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전주세계소리축제에 포함됐다. 전주 도심의 전통가옥 안뜰에서 클라우디아 오로라의 전통적인 파두 무대와 그녀가 자작곡한 노래들은 공연장에 가득 찬 관객들 앞에서 공연됐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흥미를 가진 것은 판소리와 한국 전통음악들이고 그것들이 공연되는 훌륭한 장소들이다.

일요일에 나는 놀라운 판소리 공연의 현장에 있었다. 그것은 판소리가 하나의 어렵고, 엄격한 예술 양식의 하나라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공연이었다. 공연은 재미있었고, 영상에 자막과 함께 소개 돼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쉬웠다. 억누를 수 없는 에너지를 지닌 채수정의 역작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손님인 심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저녁에는 기와가 떨어질 만큼 억수 같은 빗소리 밑에서 노래를 해야 했던 젊은 판소리 가수들의 공연에 참석했다. 전통적으로 판소리 창자들은 폭포수 밑에서 노래를 하면서 수련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공연이 기이하게도 그들에게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인간무문화재 김일구 산조 연주 장면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내가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악기 연주자의 공연이었다. 그의 이름은 김일구로 한국의 놀라운 굽은 모양의 현악기 아쟁의 연주자이다. 그 소리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솔로 악기 연주라고 하기엔 부적합한 폭이 넓은 비브라토에 매우 거칠고, 긁어대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첫 타음으로 바로 우리를 끌어당겼다. 그것은 느린 소용돌이 시냇물처럼 물의 흐름이 멈췄다가는 다시 회오리를 치는 것처럼 연주됐다. 그의 강렬한 연주 색채로부터 이 시냇물을 연상시키고 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가 안에서 조용히 있는 공간의 지붕 위로 내리는 빗방울은 내가 여태까지 했던 음악적인 경험 중 가장 훌륭한 것 중의 하나를 만들고 있었다. 공연 후 관객의 환호는 클래식 리사이틀 공연장보다는 마치 올림픽경기장에서와 같은 환호같이 엄청났다. 나는 나중에 연주자 김일구가 인간문화재 중의 한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스타가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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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프로필

사이먼 브라우튼_송라인즈 편집장
사이먼 브라우튼_송라인즈 편집장

사이먼 브라우튼(Simon Broughton)은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영화 제작자이다. 1994년부터 2009년까지 유명한 『월드뮤직 안내서(Rough Guide to World Music, Penguin)』 세 개 판본의 공동편집을 맡았다. 사이먼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월드뮤직잡지 『송라인즈(Songlines)』의 편집장이자 경험 풍부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비비씨(BBC), 채널4(Channel4) 등 다수의 작업을 했다. 그는 결혼해서 런던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