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베트남 문화예술의 움직임새를 살펴보다

2014.07.18

2014, 베트남 문화예술의 움직임새를 살펴보다
[동향] 베트남 문화지형


훑어보는 베트남 문화예술

‘베트남’하면 떠오르는 것. 첫째도 쌀국수, 둘째도 쌀국수, 셋째도 쌀국수라는 이들에게 음식 이외에 베트남은 어떻게 상상되어질까? 그나마 관심이 있거나 한 번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베트남전쟁, 사회주의 그리고 전통의상 아오자이(áo dài: ‘긴 옷’이라는 뜻의 베트남어)를 입고 논(nón: 원뿔형의 베트남 전통모자)을 쓴 여인의 이미지 등을 이야기한다. 중국을 사이에 두고 그 양 끝을 공유한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베트남은 낯선 나라이다. 19세기 후반 베트남은 50여 년의 프랑스 식민지와 그 후 찾아온 베트남전쟁을 겪으면서 사회 전반이 황폐화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그늘이 베트남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1986년 베트남공산당에 의해 채택된 ‘도이모이(Đổi mới: 새롭게 개혁함)’ 사회주의 경제개방 정책 이후 베트남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 중 베트남의 문화예술적 토양이 현재 어떤 지형을 그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베트남 정부등록 문화예술기관 분포

베트남 정부등록 문화예술기관 분포

베트남의 지형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알파벳 ‘S’자를 닮았다. 해안선 길이만 3,444㎞에 이르고, 폭도 좁고 길다. 크게 보자면 북에는 문화‧역사‧정치의 중심지인 수도 하노이(Hà Nội)이가 남에는 경제중심지인 호치민시(Thành phố Hồ Chí Minh)가 있다. 두 도시는 베트남의 N극과 S극처럼 서로 한 몸이지만 다른 발음을 하고 다른 경제상황 아래, 다른 문화적 베이스를 만들어 왔다. 인구의 상당수가 사는 이곳에는 베트남의 주요 기관들이 몰려있고 문화예술기관, 극장, 갤러리도 크게 북부(하노이), 중부(후에, 다낭, 냐짱), 남부(호치민)를 기점으로 집중되어 있다. 베트남 문화예술기관은 국가에서 관리‧감독하는 정부 등록기관과 일부 민간에서 운영하는 영리‧비영리 기관 그리고 해외공관이 운영하는 문화원 또는 문화재단 등으로 구성된다. 그 중 사회주의국가이기 때문에 정부에 등록되어 있거나 일부 민간으로 넘어갔어도 여전히 정부의 관리 하에 있는 기관 및 협회는 예술계의 중축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예술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이들 기관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한데, 이는 모든 공연이나 전시가 사전검열을 거쳐 라이센스를 등록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관장하는 상위 기관으로 베트남문화체육관광부(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of Vietnam)가 있는데, 크게는 공연예술국, 미술국, 문화유산국 3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극장과 박물관 등이 포함된 60여 곳 이상이 이곳 산하기관이며, 그 외에 상업갤러리와 비영리 독립공간으로써의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들로 나뉠 수 있다.

하노이 V.S 호치민시_베트남 시각예술지형도

하노이와 호치민시는 지형적으로 멀고 역사적 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두 도시간의 차이는 지극히 당연하다. 신기한 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호치민시의 문화예술이 더 활성화되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들 이외 상업갤러리는 하노이와 비교할 때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이다. 그런 연유에는 경제적 부를 아직은 고가의 차량 등에 소비하는 편이 문화적 소비보다 더 익숙한 탓일 것이다. 어찌됐든, 두 도시의 문화예술적 토양은 질적으로 다르기에 존재하는 기관들의 성격을 파악하면 보다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하노이에는 박물관, 미술관, 상업갤러리 등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자율적 활동을 하는 컨템포러리아트 독립공간이나 아트그룹들은 매우 적다. 이와 반대로 호치민시의 경우 문화예술기관과 상업갤러리는 현저히 적지만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독립공간은 많다. 하노이의 경우, 냐산스튜디오(Nhà Sàn Studio), 만지 아트 스페이스(Manzi Art space) 등 한 두 곳에 그치지만, 이 역시도 경제적 이유로 카페나 바와 갤러리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호치민시에는 디아 프로젝트(Dia Projects), 사오 라(Sao La), 산 아트(Sàn Art), 제로스테이션(Zero station/Ga 0)등의 공간들이 있고 이들은 펀드레이징(fund-raising)을 통한 재원확보로 상업적 면을 가능한 배제하며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했던가, 호치민시의 예술가들은 상업이든 아니든 전시공간이 많은 하노이를, 하노이의 예술가들은 보다 자율적인 호치민시의 예술적 분위기를 서로 부러워한다.

나산

만지아트

나산 만지아트 ⓒ Manzi Art space facebook

사오 라

산 아트

사오 라 산 아트

전통과 현대, 공연예술의 과도기_베트남 공연예술 지형도

“주로 여가시간에 무엇을 합니까?”, “글쎄요……. 차 마시고 수다 떨고요.”
베트남에는 여가를 즐길만한 문화콘텐츠가 굉장히 적다. 영화관, 극장,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지만 차분히 문화를 즐기기에는 비용 부담도 크고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실정이다. 대졸자 임금수준이 약300~40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에 비해 영화비는 10$, 공연관람비는 30$ 수준이다. 조금씩 베트남의 경제가 나아지고 인터넷보급확산1)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 나은 예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공연예술단체의 분포 역시 하노이와 호치민시에 주로 위치하지만 역사가 깊은 중부지역에서 운영되는 공간들도 제법 있다. 대표적인 공연예술단체로는 베트남전쟁중 예술로써 화합하고자 전선지역에서 시작된 중부지역의 응웬 히엔 딩 뚜엉 극장(Nguyen Hien Dinh "Tuong" Theater, 이하 ’뚜엉 극장‘)이 있고, 농경문화와 베트남의 기후적 특성이 결합되어 탄생한 하노이의 수상인형극장 탕롱수상인형극장(냐 핫 무아 로이 탕롱: Nhà hát múa rối Thăng Long)이 있다. 뚜엉극장의 경우 전통공연예술인 뚜엉2) 의 전문공연장인데 이와 같이 전통공연을 주로 하는 곳은 최근 노후하고도 열악한 환경과 고루한 프로그램으로 젊은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 TV나 라디오 등에서 그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전통공연예술이나 연극 등을 매일 방영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반응이 시원찮다. 그래서 최근 공연예술기관과 단체는 전통적 프로그램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프로그램 다양화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호치민시의 흥 다오 극장(Nhà hát Hưng Đạo)의 경우 역사를 뒤로하고 2013년 봄, 종합공연장인 흥 다오 까이 루옹 예술센터(Trung tâm Nghệ thuật Cải lương Hưng Đạo:쭝떰 응에 투엇 까이 루옹 흥 다오)로 탈바꿈하고자 재건에 들어갔고, 201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노이의 청년극장 유스씨어터(Nhà hát Tuổi trẻ Việt Nam: 냐 핫 뚜오이 쩨 비엣 남)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극을 많이 시도하는 극장으로 작년에는 대전 소극장 축제에도 참여하는 등 해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1) 2014년 현재,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경우 베트남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2) 투엉(Tuong)은 베트남 전통공연예술의 한 분야로 중국의 경극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내용면이나 세부적으로는 베트남 고유의 공연예술적 요소로 이뤄진 극이라고 한다.

흥 다오 까이 루옹 예술센터 기공식

탕롱수상인형극

유쓰 씨어터 탕롱수상인형극

인도차이나반도의 부흥을 꿈꾸는 베트남 문화예술

베트남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는 동안,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문화적으로 많이 뒤처지게 되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베트남이지만 손상된 문화적 자존심 회복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많은 문화예술기관과 창작자들이 분발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주의라는 걸림돌이 베트남 예술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지만 특유의 역사적 경험들은 문화예술의 독특한 소재가 되고, 커져가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에 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베트남은 젊은층이 총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나라이다. 젊은 에너지가 태동이 된다면 문화예술에 있어서 생동감 있는 변화와 국내외적인 다양한 시도가 보다 풍부한 베트남 문화예술의 새 토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편형미

기고자 프로필

편형미_주 베트남한국문화원 아트스페셜리스트
편형미_주 베트남한국문화원 아트스페셜리스트

 편형미(Kira Hyeongmi Pyeon)은 시각예술분야 전시기획과 예술교육,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아트인컬쳐(Art in Culture)의 동남아지역 해외특파원,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문화교류전문가 파견사업(NEXT)의 일환으로 주베트남한국문화원에서 아트스페셜리스트로 근무 중이다

 kirakiracer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