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동성을 위한 새로운 연합

2015.06.16

문화 이동성을 위한 새로운 연합
[동향] SEAAA 이동성 플랫폼


대륙 간 연맹의 탄생

SEAAA 연합(The SEAAA Alliance)은 남유럽(Southern Europe)과 아랍권(Arab world), 아시아(Asia)와 호주(Australia)를 넘나드는 문화예술 이동성을 위한 플랫폼(artistic and cultural mobility platform)으로서 2015년 3월 30~3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공식 발족하였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아시아-유럽 재단(Asia-Europe Foundation)의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Creative Network) 프로그램의 지원 아래, 로베르토 시메타 기금(Roberto Cimetta Fund)과  예술경영지원센터(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호주 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를 주축으로 구상되었다. SEAAA 연합의 창설 이후, 약 24개국의 문화예술 전문가 40여 명이 헬레니즘 시대의 문화 중심 아테네로 모여들었다.

국제성을 표방하는 SEAAA 연합은, 2013년 프라하, 2014년 멜버른에서 개최된 회의를 토대로 한다. 이 자리에는 협업과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 탐구, 문화 이동성과 관련된 새로운 투자 모델, 혁신 아이디어와 비전 탐구에 관심이 높은 유럽, 아시아, 호주의 각 기관과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이동성과 국제교류에 중점을 둔 특정한 회의나 기관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협력관계, 커넥션, 공동 프로젝트 형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인류 전체가 전례 없는 국제적 문화 협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아테네에 모인 전문가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주최 측인 그리스뿐 아니라, 인도문화재단(India Foundation for the arts, 인도), 2018 발레타 유럽문화수도(Valletta European Capital of Culture 2018, 몰타), 러시아 연극협회(Russian Theatre Union, 러시아), 인디아 포 트렌스포메이션(India for transformation, 인도), 쿨투라 노바 재단(Kultura Nova Foundation, 크로아티아), VASL 아티스트 콜렉티브(VASL Artists’ Collective, 파키스탄), 유럽문화재단(European Cultural Foundation, 네덜란드), 아트무브스아프리카(Art Moves Africa), 씨어터 엔트로피아(Theatre Entropia, 그리스),  주말(Zoomaal, 레바논), 필리핀 문화예술위원회(the National Commission for Culture and the Arts, 필리핀), 모어 유럽(More Europe, 벨기에), 나드/펄스(Nabdh/Pulse, 튀니지), 프랑스 문화부(the French Ministry of Culture and Communication, 프랑스), 알 하라 극장(Al Harah Theater, 팔레스타인), 비르소뎁세이오(Vyrsodepseio, 그리스), 타마시 네트워크(Tamasi Nerwork, 영국/이집트) 등 여러 기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아시아-유럽 재단의 대표자들과 주요 파트너도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 회의는 예술 및 문화 이동성에 대한 투자와 환원에 주력하는 연계 기관을 주축으로 하여, 교류기회를 증가시키고 루트의 확장 및 새로운 노선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기금 마련, 문화 이동성과 관련된 정보, 방법, 모델, 전략 등에 대한 공유를 목적으로 했다.

아시아와 호주 간, 그리고 아랍권과 아프리카 사이에는 이동성에 대한 보조금과 기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남유럽과 아시아, 또는 남유럽과 호주 사이의 문화예술 커넥션 역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대륙 간 플랫폼의 탄생은 각 분야의 위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더 나아가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는 SEAAA 이동성 플랫폼이 추구하는 바이다. SEAAA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 발전시키는 한편, 타 문화권의 문화지도를 탐구하고 이해를 신장하고자 하는 공동의 열망에서 탄생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온더무브(On the Move)와 아랍 에듀케이션 포럼(Arab Education Forum)이 협력하는 아랍권 국가들의 국제 이동성기금 가이드 프로젝트(Mobility Funding Guide), 온더무브와 국경없는 시어터(Theatre Without Borders)가 협력한 문화이동성 심포지엄(Cultural Mobility Symposium, 2015년 1월 뉴욕 개최)을 비롯해 아트 무브 아프리카(Art Moves Africa)가 공조하여 향후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해 준비 중인 국제 이동성기금 가이드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테네에서 열린 회의를 비롯해 이러한 프로젝트와 행사들은 문화이동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국제 문화 협업 부문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SEAAA Mobility Platform

SEAAA Mobility Platform

SEAAA 이동성 플랫폼

이동성과 교류, 그리고 협력의 필요성

이동성(Mobility)이란 무엇인가? 시어터 104(Theatre 104)에서 이틀간 열린 세미나를 통해, 참석자들은 문화와 예술의 이동성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명된 가장 흥미로운 주제 하나는 이동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동성은 현재 유럽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지만, 아시아에서는 명확히 확립되지 않아 “교류”나 “국제 발전”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쉽다. 안타깝게도 이 흥미로운 의문에 관해 지면을 크게 할애하긴 어렵지만, 이동성이라는 개념에는 본질적으로 그 의미의 다양성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지리적 요소나 문화적 기원을 고려하지 않을 때, 이동성은 그림의 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다른 개념들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한 개념이다. 우선, 움직임과 이동의 개념을 포함한다. 이는 교류와 접촉뿐 아니라 개인적 경험과 변화 과정으로도 환원된다. 또한, 근접성과 국지성의 탐구를 포함하여 국제화와 세계화로도 지칭할 수 있다. 다양성과 발견, 전위(轉位)와도 관련이 있다. 지식과 정체성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이동성의 결여와 결부된 수많은 장애물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동성의 개념 탐구는 단일한 의미로 종합되지 않으며 결이 다른 다양한 층에 도달하게 한다.

세미나가 시작할 때, 로베르토 시메타 기금의 페르디난트 리처드(Ferdinand Richard) 대표는 예술과 문화, 그리고 이동성 사이의 교차점에 관한 중요한 지점 몇 가지를 밝혔다.


    - 실체 파악하기: 실질적인 만남과 지식 공유의 중요성. 아테네 회의 같은 방식의 접촉은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공동 프로젝트 개발을 구상하는 일에 필수적이다. 
  • - 문화에 대한 공정무역적 접근. 문화 교류의 장에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윤리적인 접근을 지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 - 지역적, 국가적, 세계적 차원에서 현재 변화하는 경향에 대한 인식 및 이해. 서로 다른 지역적 필요, 역학 관계, 방법론을 고려하는 문화에 대한 3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 - 이동성 실천의 결과, 영향,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일이 지닌 어려움에 대한 이해.
  • - “환원(pay-back)” 단계의 중요성: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 - 지역 당국 기여의 중요성 이해. 리처드 대표에 따르면 지역 당국이 유럽 기금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한다.
  • - 전체론적 접근: 모두가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완벽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뒤이어, 아시아-유럽 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발렌티나 리카르디(Valentina Riccardi)는 아테네 회의를 구상하기 위해 거쳤던 사전 단계를 상기시켰다. 또한, 아시아-유럽 간 공동 프로젝트 지원에 있어 아시아-유럽 재단의 깊은 관심과 과업을 강조하며 문화 이동성과 관련된 주제의 현재적 타당성에 주목했다.

다음으로는, 일부 참석자들이 각자의 프로젝트와 기관에 대해 발표했다. 그들은 국제 문화 이동성의 실제와 요구에 대한 이해를 도울 중요한 관점과 지식들을 덧붙였다. 호주예술위원회의 아트마켓 개발 담당자인 콜레트 브레넌(Collette Brennan)은 호주예술위원회의 2014-2019년 전략에 대해 발표했는데, 전략의 4가지 주요 요소로 탐구, 호혜주의, 자극, 확장을 들며 호주 예술의 무경계성을 강조했다.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시의 VASL 아티스트 콜렉티브 결성에 참여했던 예술가이자 교사 아딜라 술만(Adeela Suleman)은 이 기관의 전속 프로젝트와 지역적이고 국제적인 네트워크 운영에 관해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안보가 중시되고, 예술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국가와 지역에서 문화예술 작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역설했다. 2018 발레타의 카르스텐 쥬렙(Karsten Xuereb)과 마가리타 플루(Margarita Pule)는 몰타(Malta)의 최대 문화 행사인 유럽 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며, 상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주요 과제로 국제화를 꼽았다.

다른 세션에서는 문화 이동성의 또 다른 분야인 공연예술, 오퍼레이터(Operators), 기업가, 근접성(Proximity)에 초점을 맞추어 동시에 세 개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공연예술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공연예술 분야에 무엇이 필요한지 규정하는 방법에 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장조사의 중요성과 과정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최종 결과물만 조명하는 단순한 시각을 넘어 전체 제작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동성은 공연예술의 질적 향상을 위한 핵심요소로 꼽히고 있으며, 이동성이 예술적 결과물에 끼치는 영향은 향후 분석해볼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또한 시장 문제, 역량 함양, 보조금 평가를 위한 보다 탄력적인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동 제작에 참여하기에 앞서 각 지역 주민들의 상황과 필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직 주류의 목소리만 포착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즉, 현재 진행되는 문화지도 구상이 담당하는 기획자의 의견과 이익을 주로 반영한다는 의미였다. 참석자들은 다수의 의견을 확보하기 위해 다원예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동시대성이 빠르게 퇴색되는 연구에 대한 공통적인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오퍼레이터 및 기업가 워크숍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지역 문화 발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지역 경제의 중요성, 관객 형성, 예술의 교육적 역할,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시스템, 지역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플랫폼의 중요성을 포함하여, 완성된 작품의 보존 및 기록에 대한 논제까지 다루어졌다.

근접성을 다룬 세 번째 워크숍에서 진행된 토론은 경계와 한계, 매개 정체성(bridge identities)을 비롯하여 중심과 주변 사이,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1)과 지자기장 강도에 따라 구분된 권역들(magnetic zone), 대안적 루트와 분산된 인프라, 지속 가능성과 지역 모델 사이의 관계와 대립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을 이끌어냈다. 근접성이 세계화의 대항서사(counter-narrative)로서 탁월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1)세계적 헤로인 생산지로, 미얀마ㆍ태국ㆍ라오스 3국의 접경지역 또는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ㆍ이란 등 3국의 접경지대

Group Workshop

Group Workshop

그룹 워크숍

이동성 투자와 연구: 보편적 미래의 추구

마지막 세션에서는 더욱 실제적인 문제인, 경제 모델과 투자 전략을 쟁점화했다. 두 가지 모두 현재 존재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개발되지는 않았다. 참가자 대부분은 각 기관 고유의 자치권과 정체성, 특수성은 유지한 채, 모든 기관이 공유하는 공동 투자 단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모어 유럽(More Europe)의 디렉터 사나 아우흐타티(Sana Ouchtati)는 개별 투자보다 공동 기금 조성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이동성기금 발전을 위한 공동의 행보는 대단한 도전이 될 것이며 장애와 보상이 함께 뒤따르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SEAAA 이동성 플랫폼의 1차 회의는 아이디어와 관점을 공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동 프로젝트를 추구하고 진행하는 첫 번째 실질적인 시도였다. 다양한 대륙 출신의 참가자들 사이에는 서로 다른 전략이 무수히 존재하지만, 이 연합을 성공적이고 생산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의지와 공유된 약속들 역시 존재한다. 현재 많은 제안들을 두고 고심하면서, 미래 이동성 기금의 시발점이 될 특정 국가 간, 지역 간 시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또한, 참가자 대부분이 연구와 문화지도 구상, 정보 공유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며 지식을 공유하고, 이동성 관련 이슈와 필요성의 가시적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로베르토 시메타 펀드 사무총장인 안지 코트(Angie Cotte)는 이동성이란 인류 발전에 있어 산소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교류의 기회를 증진하기 위해 탁월한 아이디어와 대안적 방법, 새로운 커넥션, 색다른 경험, 자극적인 도전, 창조적 비전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발생된 산소를 한껏 들이마셔야 한다. SEAAA 연합은 실제적 발전을 넘어 이동성과 이동성이 지닌 다양한 의미, 시사점이 지니는 가치를 지역적, 국제적 차원에서 고취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EAAA는 국제 문화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충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고자 프로필

헤르만 바시론 멘돌치오_비평가, 독립 큐레이터
헤르만 바시론 멘돌치오_비평가, 독립 큐레이터
헤르만 바시론 멘돌치오(Herman Bashiron Mendolicchio)는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예술의 역사와 이론 및 비평(Art History, Theory and Criticism)>으로 국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후 국제연합대학(United Nations University, UNU) 국제 문화 이동성 연구소(institute on Globalization, Culture and Mobility, GCM)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뉴욕-베를린 트렌스아트 인스티튜트(Transart Institute)의 교수이다. 비평가이자 독립 큐레이터로서 국제잡지에 광범위하게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