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음악의 본질은 장르, 지역,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는다

2012.12.18

음악의 본질은 장르, 지역,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는다
[동향
] 2012 월드뮤직 전문잡지 송라인이 뽑은 베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 리뷰


한 우리의 음악이 ’국악’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2000년대 이전의 우리 음악은 비교적 추상적인 모습으로 막연하게 소개되고 있었고, ’월드뮤직(World Music)’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던 80년대 중반 이후에도 산조, 판소리, 그리고 사물놀이 등 순수 전통 음악 일부에 국한해 존재감만 알려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우리의 음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본격적인 보급으로 세계 음악 애호가들은 보다 손쉽게 새로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음악 산업은 음반 수익보다 온라인, 저작권 등 보다 다양한 수익 형태를 추구하는 형태로 급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악이라는 이름의 우리 음악이 월드뮤직이라는 용어 속에서,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전통에 기반을 둔 현대 창작 음악까지, 하나의 지역 장르로 인식되면서 급속히 관심을 얻어갔다. 세계 여러 지역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음악은 세계 여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그 관심이 빈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판도의 변화가 감지됨과 동시에, 세계 음악 애호가들과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 음악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과 기회가 무르익는 동시에, 2000년대 들어 우리의 음악은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 음악이 해외에 알려질 수 있었던 여러 기회들은 명맥만 유지되었던 기존 상황과 놓고 볼 때, 최근 수 년 동안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 공식 또는 비공식 초청을 받아 해외에서 연주하는 기회를 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얻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음악이 해외에 알려질 수 있는 조건이 다양해진 이유도 있지만, 우리의 음악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 관습, 그리고 예술 등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단순한 음악공연의 나열이 아닌, 다양한 문화 공유로서의 축제

전통 음악이건 현대 창작 음악이건, ’국악’으로 통칭해 불릴 수 있는 우리의 음악을 세계 음악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려면,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 우리의 연주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여러 과정과 경로를 통해 ’음악만 잘하면 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과연 해외 음악 애호가들과 음악 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각 음악 축제 관련자들이 어떤 면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공통적인 추세로는, 세계 유명 음악 축제들은 대부분 장르를 보다 세부적으로 나누어 축제의 성격을 확실히 규정짓거나, 또는 커다란 주제를 가지고 장르를 넘어 확실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단순히 음악이라는 예술 형태를 연주자와 관객들이 공유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 속에서 역사, 관습과 언어 등 특정 문화 또는 다양한 문화 형태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각 축제들의 성향을 잘 파악한다면, 우리 음악 연주자들에게는 세계 진출의 좋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고,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보다 다양한 음악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관문이 바로 세계 유명 축제들일 것이다. 물론 이런 축제들을 살펴보면, 극동 아시아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물리적,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면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012년 4월 영국 월드뮤직 전문 잡지 송라인즈(Songlines)가 84호에서 선정, 공개한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들의 목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송라인즈는 영국 내 10개의 여름 음악 축제 명단과 함께 최우수 국제 음악 축제 25개의 목록을 함께 공개했는데, 이 목록은 세계 진출을 모색하는 아티스트들이나 음악-공연 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관련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일 것이다. 특히 이 송라인즈에서 선정한 음악 축제들은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음악 공연의 나열이 아니라, 공연의 취지와 성격, 축제 내용 등이 잘 꾸려져 있다는 점이다.

Songlines 25 of the Best International Festivals 발표가 실린 Songlines 2012년 6월호(#84) 표지

Songlines Top 10 UK Summer Festivals (2012년 4월27일자 송라인즈 발표)

먼저 송라인즈가 선정한 영국 여름 축제들 열 개 의 목록을 보자.

Songlines Top 10 UK Summer Festivals

Africa Oyé
Big Session Festival
Cambridge Folk Festival
HebCelt Festival
Larmer Tree Festival
Latitude Festival
Norfolk & Norwich Festival
Rhythms of the World
Shrewsbury Folk Festival
WOMAD Charlton Park

Songlines 25 of the Best International Festivals

Africa Festival, Germany
Chicago World Music Festival, USA
Druga Godba, Slovenia
Essaouira Gnawa & World Music Festival, Morocco
Ethno Port, Poland
Fes Festival of Sacred Music, Morocco
Festival on the Niger, Mali
FMM Sines, Portugal
Førde Traditional and World Music Festival, Norway
Guca Trumpet Festival, Serbia
Jeonju International Sori Festival, South Korea
Jodhpur RIFF, India
Kriol Jazz Festival, Cape Verde
La Grande Rencontre, Québec
Musiques Metisses, France
Oslo World Music Festival, Norway
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Borneo
Sakifo Festival, La Réunion
Sauti za Busara, Zanzibar
Savannah Music Festival, USA
Sfinks Festival, Belgium
Sommelo Festival, Finland
Sziget, Hungary
Warsaw Cross Cultural Festival, Poland
WOMADelaide, Australia


Songlines Top 10 UK Summer Festivals 바로가기

월드뮤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먼저 ’워마드 페스티벌WOMAD’로 잘 알려져 있는 워마드 찰튼 파크(WOMAD Charlton Park)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부터 태동하기 시작해 8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개최되었던 워마드 페스티벌의 현재 이름이다. 오랫동안 레딩(Reading)에서 개최되던 이 축제가 최근에는 찰튼 파크로 자리를 옮겨 행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워마드 아델라이드WOMADelide’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매년 벌어지는 워마드 가운데 일종의 메인 이벤트라고도 할 수 있는 워마드 찰튼 파크는 우리가 앞으로도 꾸준히 눈여겨봐야 할 가장 중요한 월드뮤직 페스티벌이다. 워마드 찰튼 파크에 이어 ’세계의 리듬 축제(Rhythms of the World)’와 ’라티튜드 페스티벌(Latitude Festival)’ 역시 음악 애호가라면 낯설지 않은 영국 내 유명 음악 축제들이다. 특히 세계의 리듬 축제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이미 친숙한 아프리카 전통 리듬이 어떻게 다양하게 변모했는지를 읽을 수 있는 축제이다. 이와 비슷한 ’아프리카 오예(Africa Oyé)’ 역시 송라인즈에서 선정한 또 하나의 아프리카 음악 축제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선정한 자국의 음악 축제인 것을 감안할 때, 축제의 이름만 놓고 본다면 ’캠브리지 포크 페스티벌(Cambridge Folk Festival)’이나 ’노포크 & 놀위치 페스티벌(Norfolk & Norwich Festival)’, ’쉬류즈베리 포크 페스티벌(Shrewsbury Folk Festival)’ 등도 눈여겨봐야 할 축제들이다. 그러나 이름에서 오는 ’영국 전통’ 페스티벌의 선입관과는 달리, 이 음악 축제들은 전통 음악에 기반을 둔 세계 곳곳의 연주자들이 초청되며, 해마다 다양한 지역 음악이 일관된 주제를 통해 소개되고 있고, 영국 각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악의 다양성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이 축제들이 구성되어 있음을 이해한다면 좋을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장르만을 고집하거나,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축제 본연의 성격을 잃은 채 변질되는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을 생각해볼 때, 본래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면에서 이 열 개의 영국 내 축제들은 매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획과 치밀한 축제 운영의 묘가 더해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2012 전주소리축제 포스터

송라인즈 세계 음악 축제 중 유일한 한국의 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송라인즈의 선정 기준과 내용을 국제 음악 축제로 적용한다면 그 답은 더욱 명확해진다. 세계 음악 축제들 가운데 선정된 스물다섯 개의 축제들은, ’국제 음악 축제(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이라는 기치를 내 건 것에는 공통된 특성이 있지만, 이런 주제를 그 지역 음악과 문화적 전통과 결합해 매년 확장, 발전시킨다는 점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전통 음악 축제들 가운데 송라인즈가 ’전주세계소리축제(Jeonju International Sori Festival)’를 선정한 이유를 점검해보면, 여전한 행사 운영 미숙을 비롯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가치와 행사 내용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후한 점수를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음악 축제든지, 본연의 기치를 잃지 않고 일관된 주제-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항상 우리의 소리를 알차게 기획해왔다-를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점은 전주 세계 소리 축제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개최되는 여러 지방 자치단체 음악 예술 행사에서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송라인즈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과 물리적 여건(영국과 한국의 거리 등)을 감안할 때 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음악 축제를 전부 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국 내 명성과 행사 일정 등을 감안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결코 세계 유수의 국제 음악 축제와 어깨를 견주어 훌륭한 행사임은 부인할 필요가 없으며,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2012 레인포레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 포스터 2012 시카고 월드뮤직 페스티벌 로고

그 외의 주목해야 할 ’국제 음악 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한국인의 손으로 한국 전통 음악의 권위를 만든 자랑스러운 축제라면, 송라인즈 축제 목록에는 지역 음악을 특화한 축제에서 벗어나 세계의 음악을 아우르는 이름 그대로의 ’국제 음악 축제’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서 개최되는 ’레인포레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벨기에의 ’스핑크스 페스티벌(Sfinks Festival)’, 미국 ’시카고 월드뮤직 페스티벌(Chicago World Music Festival)’은 명성 이상으로 알찬 내용을 자랑하는 굴지의 음악 축제이며, 워마드 페스티벌의 국제판 중 가장 오랜 전통과 내용을 자랑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워마델라이드(WOMADelaide)’ 역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음악 축제이다. 언급한 축제들 이외에도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시킨 음악 축제들이 있는가 하면, 지역의 전통 음악과 세계의 음악을 한자리에 아우르는 음악 축제들도 발견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 전주와 판소리라는 등식보다는 특정 지역의 음악을 전혀 다른 곳에서 활성화시킨 축제들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연주자들 가운데에는 80년대 이후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들소리(Dulsori)’를 거쳐 이제 상당히 많은 국내 유명 연주자들이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 초정되어 무대에 서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송라인즈에서 선정한 영국 10대 음악 축제와 25개의 국제 음악 축제 무대를 비롯해 이 목록에 미처 선정되지 않은 여러 유명 축제들 - 월드뮤직 엑스포라 불리는 ’워멕스WOMEX’ 등이 있으며, 실제로 우리의 음악이 행사 개막 연주회로 선정되어 ’바람곶’, ’토리 앙상블’, ’비빙’, ’거문고팩토리’ 등이 워멕스 공식 개막 행사로 초청받아 연주한 전례가 있다.

2012 레인포레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 포스터 2012 시카고 월드뮤직 페스티벌 로고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국제적인 음악 축제는 반드시 특정 지역과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며, 세계 진출을 꿈꾸는 우리의 연주자들은 이런 국제 음악 축제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대중음악 축제였던 1967년 ’몬테레이 팝 페스티벌(Monterey Pop Festival)’에서는 인디아의 전통 음악 공연 - 절대로 퓨전 형태도 아니었던 ’라비 샹카르(Ravi Shankar)’의 ’라가(Raga)’ 공연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음악의 본질에 관한 접근은 장르나 지역,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고자 프로필

황우창_음악칼럼니스트
황우창_음악칼럼니스트
음악칼럼니스트. 음반사 근무 경력 8년 이후 라디오 방송 작가, 진행 등 다년간 활동. 음악 전문 월간지와 신문 등 고정 칼럼 다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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