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은 동양전통과 공간실험

2011.09.06
주목 받은 동양전통과 공간실험
[포커스] 2011 에든버러페스티벌 작품 경향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고도(古都)에서 매년 8월 중순부터 9월 초순까지 열리는 에든버러페스티벌은 65회를 맞으며 올해도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에든버러페스티벌은 7월 프랑스의 아비뇽페스티벌과 함께 매년 여름 전 세계의 연극과 공연 팬들을 유럽으로 끌어 들인다. 에든버러페스티벌은 축제사무국이 주최하는 20여 편의 공식작품(연극, 무용, 오페라, 음악 등)이 소개되는 에든버러인터내셔널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과 2,700여편의 자유참가 공연들로 이루어진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이 진행된다. 아마도 평소에는 호젓했을 인구 50만 정도의 아담한 에든버러시는 서쪽 언덕 높이 위용을 뽐내며 버티고 있는 에든버러성과 연결된 중세풍의 좁은 길인 하이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매년 여름 몸살을 앓는다. 하이스트리트 바로 아래 내셔널갤러리 앞에 설치된 프린지 반값 티켓 매표소 전광판에는 올해 페스티벌의 총 이벤트 2,542편, 공연 41,689편, 방문객 백만 명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번쩍이고 있고 시내에는 서늘한 초가을 날씨와 고색창연한 옛 도시와 각종 공연을 즐기려는 연극 애호가와 관광객들, 그리고 그들의 주의를 끌기위해 분투하는 다양한 거리 예술가들과 공연 홍보팀들로 넘쳐난다.


공동창작 작품 주목 끌어
에든버러인터내셔널페스티벌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수십 편의 공식초청작들은 축제의 예술감독의 전권 하에 전 세계 공연들을 대상으로 초청이나 공동기획, 자체기획 등으로 이루어진다. 올해는 동아시아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 나라들로부터 조나단 밀스(Jonathan Mills) 감독이 선정한 무용 6편, 연극 5편, 오페라 2편, 그리고 클래식과 컨템포퍼리 음악 공연 48개가 초청되어 6개의 공연장에서 올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태석의 <템페스트>와 안은미의 <바리 공주>, 그리고 정명훈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초청되었는데 우리나라 작품들이 에든버러에 공식공연으로 초청된 것은 처음이었다. 에든버러인터내셔널페스티벌 초청 한국단체 기자간담회 리뷰보기


우리 작품 외에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등의 공연들이 공식 작품으로 초청되었는데 필자가 참관했던 중초반부에는 정통 경극스타일로 햄릿을 풀어 낸 상하이 경극단의 <지단 왕자의 복수>(The Revenge of Prince ZiDan),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만 우싱 쿠어(Wu Hsing-kuo)의 <리어왕>, 그리고 창작발레로 중국의 전통설화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중국국립무용단의 <피오니 누각>(The Peony Pavilion)등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공식 공연 중 국가들 사이의 문화상호적 작업이나 공동창작을 시도한 작품들도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감독 출신의 미국인이 연출한 <태엽 감는 새>(The Wind-Up Bird Chronicle), 그리고 분쟁지역인 중동 각국의 배우들이 함께 공연한 다국적 공연 <천일야화>(One Thousand and One Nights)는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피오니 누각>
 
<태엽 감는 새>

오태석의 <템페스트>는 작년 국내 초연에서보다 훨씬 다듬어진 세련된 공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대한 오태석의 원숙한 해석, 공연 전반에 흐르는 분노와 용서의 평형감각, 고통을 억제한 유머감각, 정진각의 원숙한 연기, 첫 부분의 파선 장면의 미장센, 쌍두아로 표현된 캘리번과 마지막 장면에서 오리가 되기를 선택한 요정들과 관객에서 요술부채를 건네는 프로스페로에 대한 관심과 찬사가 쏟아졌다. [연합뉴스]‘에든버러 페스티벌서 한국작품 호평’기사보기

안은미의 <바리>에 대해서는 열광하는 반응과 다소 유보적인 반응으로 나눠진 듯 했다. 그녀의 공연이 지니는 엄청난 에너지, 독창적인 리듬과 그 리듬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대담함, 원색의 색감들, 움직임과 소리의 창조적 충돌, 전통적 요소와 동시대적 요소의 유머러스한 공존들은 많은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그들의 열광을 얻어냈다. 그러나 에든버러의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며 대중적인 탓인지 일부 평자는 내러티브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며 공연적 요소가 과잉되어 후반에는 모두 소화하기가 어려웠다는 평을 쓰기도 했다.

대부분의 서구 연극인들이 그렇듯이 조나단 밀스 예술감독은 아시아의 전통연희의 스타일을 활용해 셰익스피어와 같은 서구의 고전 텍스트를 재해석한 작품들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으며 아시아의 전통적 연희자산들이 자국의 동시대적 삶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으며, 세계인의 동시대적 삶과 어떤 상호적 영향관계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다. 에든버러인터내셔널페스티벌의 부대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학술행사에서도 이런 주제를 다루었다.

프린지의 공간 실험
프린지 공연은 앞서 말했듯이 프로그램에 실린 공연만 해도 수 천 편에 이르기 때문에 그 전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프린지 공연은 참여하는 공연들의 양상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프린지 사무국은 그 장르를 카바레, 어린이극, 코미디, 댄스 및 피지컬씨어터, 음악, 이벤트, 전시회, 뮤지컬과 오페라, 그리고 연극으로 나누고 있어 실제로 정통 연극 못지않게 다양한 퍼포먼스들의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축제 기간 중 에든버러 전역에는 사백 개 가까운 공연장이 동원되는데 이중에는 정식 공연장도 많지만 평소 식당이나 교회나 학교나 강당으로 쓰이는 공간들도 축제기간중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그래도 공연 숫자에 비해 공연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통 한 공연장에서 하루 수회의 다른 공연들이 공연된다.

최근 세계연극의 경향이 멀티미디어나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공연이라고 할 때 공연장의 한계상 프린지에서 완성도 높은 멀티미디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공연 공간 자체의 특수성을 퍼포먼스로 끌어들이는 장소 특정적 공연이 최근의 새로운 경향인 듯하다. 에든버러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에서 진행된 연극 <무엇이 남는가>(What Remains)나 호텔 바(BAR)에서 관객과 어울려 밤새우며 공연된 <호텔 메디아>(Hotel Medea)가 그 예이다.



<무엇이 남는가>
 
<호텔 메디아>

올해 프린지 공연에 참가한 우리 공연으로는 전통연희로서 광주시에서 기획한 공연인 <재스민 광주>, 국수호 무용단의 <코리언 드럼>이, 코미디쇼인 <옹알스>(Babbling Comedy), 페니미즘 계열의 세미 뮤지컬 <각시 마고>가 있었다. 프린지 공연은 각 극단들이 프린지 사무국을 통해 직접 신청하는데 한국의 경우 아무래도 서양 관객들의 이국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며 언어의 장벽이 없는 전통 연희팀들이 자주 참가하고 있다. 과거 <난타>나 <점프>가 성공했듯이, 전통적 요소를 현대화한 비언어적인 연극들이 일단 진출에 유리하다고 하겠다. 직접 볼 기회는 없었지만 전통연희를 구성한 <재스민 광주>는 공연의 주제의식이나 구성적 통일성이 미흡했다는 평이 들려 아쉬웠다. 다양한 전통 북 공연들을 이어 만든 <코리언 드럼>이 공연된 어셈블리에는 늘 길게 관객의 줄이 이어지곤 했다.



관련 사이트

| 에든버러인터내셔널페스티벌 바로가기
|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 바로가기

 

기고자 프로필

김방옥_동국대학교 교수, 연극평론가
김방옥_동국대학교 교수, 연극평론가

김방옥은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연극관련 전문지에 연극평을 싣고 있으며 평론집으로 『격변기의 한국연극: 약장수, 신의 아그네스, 그리고 마당극』『열린 연극의 미학』 『21세기를 여는 연극: 몸, 퍼포먼스, 해체』 등이 있다. 한국연극의 미학과 동시대 연극미학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