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크래시 현장을 찾아서

2015.01.19

체코 크래시 현장을 찾아서
[동향] 2014 체코 크래시 심포지엄(SYMPOZIUM CZECH CRASH) 리뷰


유럽의 2014년 10월은 각종 페스티벌과 네트워크 미팅이 이어진 무척이나 바쁜 한 달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제 78차 트랜스 유럽 할레스 회의(Trans Europe Halles’ 78th Meeting, 체코 플젠(Pilsen)), IETM 추계 총회(IETM Autumn Plenary Meeting, 불가리아 소피아), 유럽문화행동 콘퍼런스(Culture Action Europe Conference, 영국 뉴캐슬), 4+4 데이즈 모션 페스티벌(4+4 Days in Motion Festival)의 큐레이팅 부문 준비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체코 프라하) 등 다양한 행사가 유럽 도처에서 잇달아 열렸다. 이 중 본 기사는 ‘4+4데이즈 인 모션 페스티벌’에 초점을 맞추었다.

포 데이즈(Four Days)는 공공예술 창작에 힘쓰고 있는 유럽 네트워크인 인 시투(IN SITU)에 소속된 비영리, 비정부 협회이다. 1996년부터 국제 연극제인 4+4 데이즈 인 모션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독특한 성격의 국제 프로젝트와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4+4 데이즈 인 모션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심포지엄 “체코 크래시(Czech Crash)”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만원을 이룬 이 심포지엄에서는 ‘큐레이터’와 ‘프로그래머’의 정의에서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 예술가들의 발굴이나 페스티벌의 사명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중 심포지엄 석상에서 이루어진 여러 발표와 의견 교류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들을 소개한다.

체코 크래시 2014 심포지엄 공식포스터

4+4 dny v pohybu 2014 공식포스터

체코 크래시 2014 심포지엄 공식포스터 4+4 dny v pohybu 2014 공식포스터

큐레이터 vs 프로그래머···그리고?

‘큐레이터’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 1980년대 들어 공연예술 분야에도 도입되었다. 큐레이터 개념의 도입은 시공간적 측면에서 프로그래밍 과정의 재정립에 일조했는데, 이는 특히 공연예술 분야 일각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수행성(performativity), 협업, 참여 등의 요소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플로리안 말차허(Florian Malzacher, 독일 임플루제 연극 페스티벌 Impulse Theatre Festival)가 심포지엄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공연예술 분야에 큐레이터십이 도입되면서 작품을 단순히 제작뿐만이 아니라 공연의 다른 여러 측면들과 연관 지어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일어났다. 이전에는 서로 관련이 없던 요소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서 큐레이터에게 다양한 전문기술이 요구되었다. 특히 장소 중심적인 작품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려졌다. 공연예술은 관람객에게 더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각예술과는 또 다른 지적 역동성(intellectual dynamic)이 필요하다. 실비아 보티롤리(Silvia Bottiroli, 이탈리아 산타르칸젤로 디 테아트리 Santarcangelo di Teatri)는 특히 상황의 창조(creation of conditions)라는 문제를 강조하며, “큐레이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창조한다. 이는 예술 작품일 수도, 관습일 수도 있다. ··· 큐레이터는 기적을 믿는다. ··· 이 기적은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진 참가자들 간 논의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이 자신들을 소개할 때 ‘큐레이터’ 또는 ‘프로그래머’라는 명칭을 택하거나, 나아가 ‘예술감독’ 같은 직함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명칭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헝가리어에는 ‘프로그래머’란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듯이, 어떤 언어에서는 특정 용어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투르기는 소댜 로트케르(Sodja Lotker, 체코 프라하 콰드리엔날레 공연 디자인 및 공간 Prague Quadrennial of Performance Design and Space)가 선호한 표현인데, 여기에는 예술가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다는 개념이 담겨있다.

동과 서, 양극의 만남, 그러나···

첫 번째 세션 주제 중 하나인 ‘공연예술 분야의 경향과 미학: 동유럽, 중유럽, 서유럽 공연예술의 전형’을 발제자들이 직접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또는 다행스러운) 지점이었다. 패널들 간 논의에서는 ‘혁신’, ‘창의성’과 상호연관성이 있는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는 삶을 둘러싼 모든 면면에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는데, 이러한 생각이 점차 주류화, 상업화되면서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받는 압박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 결과, ‘창의성’이라는 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작품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글도 줄어 들었다. 야네스 얀사(Janez Janša, 슬로베니아 마스카)는 이를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뭔가를 어떻게 연예 산업이나 문화 산업의 대상으로 변환할 것인가?”
“이미 예술적인 상화에서 어떻게 예술가처럼 움직일 것인가?”


대체로 창조 경제란 예술가가 주도하는 경제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예산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책 담당자와 투자자들은 표현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기보다는 인프라, 즉 ‘하드웨어’에 투자할 의향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창조자인 감독과 프로그래머들은 곤경에 빠져있다.

체코 크래시 2014 ©Katarína Križanovič

페스티벌 패널 세션©Katarína Križanovič

체코 크래시 2014 ©Katarína Križanovi 페스티벌 패널 세션©Katarína Križanovič

관객 vs 참여: ‘움직이는’ 객석을 만들어주세요!

관객 내지 대중의 앙가주망(engagement) 또는 참여라는 말은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자금 조성 가이드라인에 자주 언급된다. 가령 EU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그램(EU Creative Europe Programme)의 가이드라인이 한 예다. 하지만 자금 조성 기준이 강조되더라도, EU의 자금 지원 프로젝트인 ‘연결을 위한 창작(Create to Connect)’같은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와 지역사회 및 관객 간의 상호작용을 다룬 의미 있는 프로젝트, 이니셔티브가 묻혀서는 안 된다.

교류는 관객 또는 대중(공공분야의 창작 활동에서는 ‘대중’이란 표현이 더 많이 쓰인다)에게 주어진 표현 영역에 상당히 집중한다. 보기에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연 예술 전반에 걸쳐 가치가 더해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라이너 호프만(Rainer Hofmann, 네덜란드 스프링 무대예술 페스티벌Spring Performing Arts Festival)은 “누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공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몸을 움직인다고 해서 저절로 정신이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참여 프로젝트는 탄탄한 전략 및 관리가 필요하므로, 의사결정과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 관객과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키테 페스티벌(Kite Festival, 덴마크 코펜하겐)과 같은 공공 공간의 창작 활동에 초점을 맞춘 행사와 이들 축제 대표단들은 특히 이를 강조한 바 있다. 카트린 페르빌트(Katrien Verwilt)는 “우리는 관객이 아닌 대중을 논하며, 사람들이 그 과정에 참여한다고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

페스티벌에는 대중 앞에 선보이는 작품들 외에도 교육, 사회, 환경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들이 포함된다. 이런 추가 프로그램에는 워크숍, 연수, 레지던시 등 같은 다양한 형식이 있는데, 뮌헨에서 열린 슈필아트 페스티벌(Spielart Festival)의 ‘일어나: 서로 다른 유럽을 위한 회합(WAKE UP, Assembly for a different Europe)’과 같은 변화를 위한 모임도 해당된다. 또한 패널들은 재원 마련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신진재능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페스티벌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프로듀서와 페스티벌 프로그래머 역할 및 책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에 관해 논의했다.

관객사진 ©Katarína Križanovič

관객사진 ©Katarína Križanovič

 

다음은?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면 그 영향은 어떻게 남을까? 특히 지역사회나 소수 집단 또는 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 경우라면? 그간 개최되었던 몇몇 페스티벌이나 그 개최 장소, 그중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체코의 아르하 극장(Archa Theatre)과 요한 첸트룸(Johan Centrum) 등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함께 일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페스티벌이 끝나도 페스티벌 기간 중 쌓은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대가도, 어떠한 장기적인 영향이나 프로젝트들 간의 연결고리도 없이 그저 ‘그들에게 도래하는’ 창작 활동에 대한 지역 사회나 집단들이 느끼는 ‘피로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회합에서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체코 크래시는 답을 내놓기보다 질문을 많이 던진 자리였다. 그리고 그런대로 페스티벌 큐레이팅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매우 건설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에 따르면 지역 관객을 초청하는 데 들인 노력에 비해 체코 예술가나 전문가, 기관 참석률이 상당히 저조했다고 한다. 특정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 해당 지역 전문가의 참여가 제한적인 것은 흔한 일이긴 하다. 어쨌든 프라하는 일종의 충돌 시험(crash test)을 통과한 셈이고, 이제 기적을 지속적으로 일궈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즐겁게 그 기적을 바라볼 것이다!

- 편집 엘리나 디 페데리코(Elena Di Federico, IETM

ⓒctyri dny/Four Days Website


 

기고자 프로필

마리 르 수르_온더무브 사무국장, 《더아프로》 해외편집위원
마리 르 수르_온더무브 사무국장, 《더아프로》 해외편집위원

마리 르 수르(Marie Le Sourd)_온더무브(On the Move) 사무국장, 《더아프로》 해외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