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표현의 중간지대

2014.10.17

예술 표현의 중간지대
[동향] 부다페스트 PLACCC Festival


유럽 공공장소 예술창작 네트워크인 인시투(IN SITU)에서 국제문화 커넥션 교육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2013년 3월, 파니 나네이(Fanni Nánay)를 처음 만났다. 신중한 성격인 그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PLACCC 페스티벌을 2008년부터 공동후원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PLACCC 페스티벌에서는 문화부문, 특히 대안적이며 독립적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헝가리내 정치적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파니 나네이와 카탈린 에르도디(Katalin Erdödi)는 2008년 PLACCC 페스티벌을 시작하면서 공공장소 내 예술 및 창작, 그리고 장소 특정적 작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표현 형태는 헝가리에서 선보이거나 지원된 적이 없다. 유럽 및 전 세계에서 쌓은 경험, 다양한 현장 경험(나네이는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메를린 국제페스티벌극장(Merlin International Festival Theatre)에서 근무한 적 있음)을 통해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와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 등의 프로젝트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2008년에 PLACCC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페스티벌 첫 회는 부다페스트 가을축제(Autumn Festival)의 일부로 진행되었고, 이후에는 독립적 행사로 열렸다. 페스티벌 초기에는 장소 특정적 연극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시각예술, 건축, 도시게임 프로젝트와 연계된 장소 특정성과 공공장소가 부각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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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CC 2014 공식포스터(위), 인시투(IN SITU) 로고(아래)

숨을 쉬지 못하는 예술계

2008-2009년에 들어 페스티벌 규모가 다소 작아지긴 했지만, 헝가리 정부가 이전보다 유럽친화적이고 혁신적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기에 페스티벌 운영은 좀 더 수월해졌다. 전환점은 2010년에 찾아왔는데, 오르반 빅토르(Viktor Orban)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당 ‘헝가리 시민연대’가 선출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규제가 실시되면서 독립, 대안, 아방가르드 문화 부문은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게다가 2014년 4월 오르반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향후 몇 년간 상황도 상당히 좋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부문을 옥죄는 다양한 방식 중 한 예로, 문화정치적 방향과 같지 않은 단체에 대한 국가 공공재정지원을 삭감하였다. 뿐만 아니라, 현행 조세제도도 NGO 및 비영리단체(문화 관련 단체 포함)를 지원하는 민간단체에게 불리한 실정이다. 모든 지원 또는 허가(예: 공공장소에서 공연하기 위한 지원 또는 허가)를 위해 구비해야 하는 행정서류는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고 있고, 문화부문 역시 점점 중립화되고 있다. 나네이는 “정치인들이 매우 냉소적인 태도로 독립 문화부문이 존재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활동이 전혀 진척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PLACCC 페스티벌은 ‘구조조정’을 겪게 된다. 카탈린 에르도디는 2011년 페스티벌을 떠났고, 그후 트라포(TRAFO) 예술감독, 젊은 프로그래머, 도시계획 전문가로 구성된 예술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나네이를 포함한 모든 단체 종사자들은 현재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 PLACCC 페스티벌 예산은 40,000-50,000 유로이며, 해외기관만이 공공재정지원(IN SITU 네트워크를 통한 네덜란드, 프랑드르 펀드 및 EU 펀딩)을 제공하고 있다. 수마 아르티움(Summa Artium) 등 일부 헝가리 재단이 페스티벌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경제위기 때문에 지원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헝가리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인해 일부 해외 문화단체는 헝가리 독립 문화부문에 대한 지원을 꺼리고 있다.

현지 및 유럽 전략

지난 6년간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정부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PLACCC 페스티벌에 남은 건 그럼 무엇인가? PLACCC 페스티벌에는 여전히 흥미로운 장소 특정적 연극, 무용이 도시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고, 공공장소에서 시각예술과 디자인 활동을 볼 수 있으며, 팝업(pop-up) 전시회를 통해 현지 및 유럽 아티스트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IN SITU 네트워크를 통해 EU가 지원하는 메타(MET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동제작되는 전시회가 그 예이다. 구체적인 인물로, 네덜란드 연극감독 로테 반 덴 베르크(Lotte van den Berg)(<대화의 형성>(Building conversation))와 프랑드르 안무가 벤자민 반데발레(Benjamin Wandewalle)(<버드워칭 4x4>(Birdwatching 4x4))가 있다.1)

1) PLACCC 페스티벌 감독 파니 나네이의 발제 서신을 참조할 것.

<대화의 형성> 로테 반 덴 베르크

<버드워칭 4×4> 벤자민 반데발레

<대화의 형성> 로테 반 덴 베르크 <버드워칭 4×4> 벤자민 반데발레

이러한 헝가리-유럽 프로그램은 특히 ‘부다’와 ‘페스트’ 사이의 중간지대인 체펠(Csepel) 구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페스티벌에 기반을 둔다. 나네이는 “이곳 사람들은 여전히 특별함을 느끼며, 이곳에 가까워지면 ‘나는 부다페스트에 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구역이 왠지 특별하고 다른 공간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라며 체펠 구역의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19세기 건축, 산업화 이후 형성된 공간, 빈 건물이 혼재한 이곳은 2013년부터 PLACCC 페스티벌의 주 무대 중 하나였으며, 민간 투자자들을 유치하기도 했다. 2014년 PLACCC 기간에도 이 공간에서 개발한 작품 몇 개를 선보였다. 그 사례로 ‘주관적 체펠 프로젝트’(Subjective Csepel Project)는 체코와 헝가리 아티스트의 합작 투자작인데 체펠의 빈 가게를 팝업 갤러리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이다. 나네이는 체펠에 초점을 맞춘 여러 문화계획과 더불어 이들 민간 투자자들과의 장기적 지원관계를 점진적으로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곳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고, 현지 주민들에게는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할 생각이다.

Szubjektív Csepel, PLACCC 2014

Szubjektív Csepel, PLACCC 2014

주관적 체펠 프로젝트, PLACCC 2014

나네이는 직관과 확신을 가지고 일한다. 그가 7년 전 IN SITU 코디네이터에게 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편지를 처음 썼을 때와 마찬가지이다. 마침, 당시 IN SITU 네트워크는 동유럽 국가와의 파트너십에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의 프로그램인 메타(예술을 통한 변화를 위한 유럽 네트워크)를 포함한 다양한 EU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장소 내 창작에 초점을 맞춘 여러 유럽 페스티벌 및 단체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IN SITU와의 파트너십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많은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를 새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IN SITU덕분에,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에 진입하고, 유럽 예술계와의 교류를 유지할 수 있다.”

2014 PLACCC 페스티벌이 막을 내리면, 큐레이터, 프로그래머, 아티스트와 함께 페스티벌의 미래에 대한 내부 회의를 열 예정이다. 페스티벌 초기에 비해 상황이 너무나 많이 변한 현 시점에서, 페스티벌 주최측이 페스티벌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간지대인 체펠과 마찬가지로, PLACCC 페스티벌은 다양한 표현이 들어있는 주머니와도 같다. 정부가 마음을 닫은 상황에서, 이 주머니를 활용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사람들의 역동성뿐이다. 정치적 차원에서 EU가 문화부문에 좋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지 않다면,2) 유럽 문화 분야의 단체와 개인들이 이에 항의하는 여러 행동과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헝가리가 유럽의 문화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2) 본 기사를 작성할 시점에, 중도 보수 여당인 피데스(Fidesz) 당 출신 티보르 너브러치츠(Tibor Navracsics) 외무부장관이 EU 교육/문화/청소년/시민 위원회 위원으로 최근 임명된 바 있다.

 

ⒸPLACCC 페스티벌 홈페이지/페이스북


◈ 참고자료

- 헝가리 정치 연극 : <신정부의 타겟은 아티스트>(Hungary’s Political Theatre: New Government Targets Artists)
- 2014 IETM 아시아 위성 회의(IETM Asian Satellite Meeting, 호주 멜버른)
헝가리 파노드라마(PanoDrama) 안나 렌기옐(Anna Lengyel) 발제문 : 실무그룹 「정치 사회적 제약: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 다양성을 주창하는 운동가로서의 아티스트」(Working group "Social and political constraints: the artist as activist, promoting freedom of speech, democracy and diversity”)
- UN 보고서, 파리다 샤히드(UN Report by Farida Shaheed),「예술 표현 및 창작의 자유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freedom of artistic expression and creation)

※ 본 원고의 필자 마리 르수르(Marie Le Sourd)는 국제 문화협력 및 이동성을 전문으로 하는 문화매니저이다. 본 원고는 엘레나 디 페데리코(Elena Di Federico)가 편집했다.

기고자 프로필

마리 르 수르_온더무브 사무국장, 《더아프로》 해외편집위원
마리 르 수르_온더무브 사무국장, 《더아프로》 해외편집위원

마리 르 수르(Marie Le Sourd)_온더무브(On the Move) 사무국장, 《더아프로》 해외편집위원